

지난해 말 한 유명 연예인의 집에 강도 A가 침입해 가족을 위협했고, 육탄전 끝에 A를 제압해 경찰에 인계한 사건이 있었다. 수감된 A가 몸싸움 과정에서 다쳤다며 해당 연예인을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정당방위를 인정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언론은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지만, 형사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늘 마주하는 전형적인 '쌍방 폭행'의 논쟁 구도다."상대가 먼저 때려서 나는 방어했을 뿐인데 왜 내가 피의자가 되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의뢰인을 무수히 만난다. 형법에서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법전 속 화려한 문구와는 달리 실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면 사법당국은 왜 이토록 정당방위 인정에 인색할까.이론적으로는 사적 제재 금지나 법익의 균형성이 그 이유이나 변호사들이 체감하는 실무적인 이유는 객관적 입증의 한계와 악용의 소지 때문이다. 싸움이 벌어진 현장에서 누가 먼저 도발했는지, 어느 시점에 공격이 방어로 전환됐는지를 사후적으로 명백히 가려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한쪽의 방어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면, 먼저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나도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며 처벌을 피하는 면죄부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실제로 침입한 도둑을 제압하다가 뇌사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이유도, 이미 공격 능력을 상실한 상대에게 가해진 후속 폭행은 방어가 아닌 새로운 공격으로 평가됐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무서워서 저항했다"는 감정적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정당방위는 방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로 해석되고 법원이 주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험의 현재성'이다. 지금 당장 가해지고 있는 공격이어야 하고, 과거의 위협이나 미래의 불안감 때문에 먼저 공격하는 것은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 둘째, '힘의 대등성(혹은 최소..
"나는 미성년자라 처벌받지 않아." 뉴스나 인터넷에서 종종 접하는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위험한 오해다. 우리 형법은 만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점만 보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소년법에 따라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재판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돼 '소년보호사건'으로 다루어진다. 즉, 미성년자라고 해서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 10세 미만: 법을 위반해도 경찰 고소 및 처벌 불가 ▲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촉법소년): 경찰 조사 후 가정법원 소년부로 바로 송치 ▲ 만 14세 이상~19세 미만(범죄소년):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검찰이 기소유예, 소년부 송치, 정식 형사재판 기소 여부를 결정가정법원 소년보호재판은 일반 형사재판과 완전히 다른 목적을 갖고 다른 절차로 진행된다. 통상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초범이니 반성문 몇 장 쓰고 오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다.소년재판의 특징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판에 임했다가 첫 기일에 아이가 곧바로 분류심사원(소년부 재판 동안 소년을 격리 구금하는 시설)에 유치돼 눈물을 흘리며 변호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필자가 법정에서 대기하던 중 부모 없이 홀로 재판에 참석한 소년이 '절도 초범'이었음에도 현장에서 바로 분류심사원행을 선고받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소년보호재판의 핵심은 '처벌'이 아닌 '보호와 교정'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보호자의 양육 의지와 환경, 그리고 소년의 진심 어린 변화 가능성이다.민법상 부모는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해 감독 의무와 연대 책임을 진다. 소년재판 처분 결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지 재판장에..
성범죄 사건은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 이뤄지는 강제추행죄부터 전자기기를 이용해 신체를 촬영하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나아가 온라인상에서 피해자를 양산하는 성착취물 제작·배포까지 존재한다. 처벌 수위 역시 적게는 벌금형부터 많게는 무기징역까지 그 수위가 천차만별이다.흔히 성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중에는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증거도 확실한데 변호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범죄 사건은 혐의를 인정하더라도 변호인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하더라도 수사 단계부터 선고에 이르기까지 변호인의 조력 여부에 따라 결과는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성범죄 사건의 양형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단연 '피해자와의 합의'다. 하지만 성범죄의 특성상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사과를 시도하는 행위는 '2차 가해'로 간주되어 오히려 구속영장 발부의 사유가 되거나 양형에서 극도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이 지점에서 변호사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피해자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달하고,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오직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실제로 합의 여부에 따라 실형 기로에 선 피고인이 집행유예나 기소유예라는 선처를 받는 사례가 많다.최근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압수수색을 통해 전자기기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인지하지 못했거나 잊고 있었던 영상물 등 '다수의 여죄'가 한꺼번에 발견되곤 한다. 이럴 때 당황한 피의자는 수사기관의 압박에 못 이겨 본인의 행위 이상의 과도한 혐의까지 모두 인정해버리기 십상이다.변호인은 포렌식 결과로 나온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 실제 범죄 혐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없는지를 면밀히 검..
